성경 속 인물들에게 클리프턴스트렝스를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삶을 통해 오늘날 갤럽이 말하는 강점의 특징을 떠올려 볼 수는 있습니다. 이번 글은 ’성취(Achiever)’라는 렌즈로 바울의 삶을 함께 바라보는 이야기입니다.
성취(Achiever)는 흔히 ‘부지런한 사람’으로 이해되곤 합니다. 하지만 갤럽이 말하는 성취는 단순히 일을 많이 하는 능력이 아닙니다. 성취는 매일 의미 있는 하루를 살아갈 때 가장 큰 만족을 느끼는 강점입니다. 성취 테마를 가진 사람에게 하루는 그냥 흘려보내는 시간이 아닙니다. 해야 할 일이 있다는 사실이 삶에 활력을 줍니다. 하나의 일을 마치면 또 다른 일을 향해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옮깁니다.
그래서 주변에서는 종종 묻습니다. “왜 그렇게까지 열심히 해?” 하지만 성취를 움직이는 힘은 인정받고 싶은 욕심이 아니라, 하루를 헛되이 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입니다. 그들에게 중요한 질문은 이것입니다. “오늘 하나님께서 맡기신 일을 충실히 살아냈는가?” 성취는 결과보다도 매일의 충실함을 소중히 여기는 강점입니다.
바울의 삶을 읽다 보면 한 가지 특징이 눈에 들어옵니다. 멈추지 않는 사람. 예수님을 만나기 전에도 그는 누구보다 열심이었습니다. 율법을 지키는 일에 누구보다 앞섰고, 교회를 박해하는 일에도 누구보다 적극적이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내 동족 중 여러 연갑자보다 유대교를 지나치게 믿어 내 조상의 전통에 대하여 더욱 열심이 있었노라.” (갈라디아서 1:14)
흥미로운 점은 예수님을 만난 뒤에도 그의 열심 자체는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달라진 것은 방향이었습니다. 이제 그는 복음을 위해 도시를 다니고, 교회를 세우고, 제자를 양육하며 쉬지 않고 사역합니다. 매를 맞고, 돌에 맞고, 굶주리고, 배가 난파되고, 감옥에 갇혀도 그는 멈추지 않습니다. 그의 마음속에는 늘 하나의 생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직 마쳐야 할 사명이 남아 있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오직 내가 달려갈 길과 주 예수께 받은 사명, 곧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을 증언하는 일을 마치려 함에는 나의 생명조차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노라.” (사도행전 20:24)
그리고 생의 마지막에는 담담하게 말합니다.
“나는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 (디모데후서 4:7)
바울에게 중요한 것은 많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맡겨진 길을 끝까지 완주하는 것. 그 모습에서 우리는 성취 테마를 떠올리게 하는 모습을 발견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바울의 열심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으셨습니다. 먼저 방향을 바꾸셨습니다. 예수님을 만나기 전 바울의 열심은 하나님을 위한 것이라고 믿었지만, 실제로는 하나님의 교회를 무너뜨리는 데 쓰이고 있었습니다.
하나님은 그의 성취를 없애지 않으셨습니다. 대신 복음을 위한 열심으로 새롭게 빚으셨습니다. 그리고 그다음에는 속도를 다듬으셨습니다. 바울은 감옥에 갇힙니다. 더 이상 원하는 곳으로 갈 수도 없고, 자유롭게 선교 여행을 할 수도 없습니다. 성취 테마를 가진 사람이라면 가장 답답한 시간입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바울에게 새로운 사역을 맡기십니다. 그는 감옥에서 에베소서, 빌립보서, 골로새서, 빌레몬서를 기록합니다. 걷는 발은 멈췄지만, 복음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님은 의지하는 대상을 다듬으셨습니다. 바울은 육체의 가시를 제거해 달라고 세 번이나 간구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 이는 내 능력이 약한 데서 온전하여짐이라.” (고린도후서 12:9)
성취는 자칫하면 자신의 노력과 성실함을 의지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바울에게 알려주셨습니다. 사명은 사람의 열심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바울은 결국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던 사람이면서도 이렇게 고백합니다.
“그러나 내가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니… 내가 모든 사도보다 더 많이 수고하였으나 내가 한 것이 아니요 오직 나와 함께하신 하나님의 은혜로라.” (고린도전서 15:10)
이 고백이야말로 성숙한 성취의 모습입니다.
하나님은 언제나 끝까지 걸어갈 사람을 찾으십니다. 순간의 열정은 많은 사람이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바울은 화려한 재능보다 꾸준한 충성으로 하나님께 쓰임 받았습니다. 수많은 여행과 만남, 편지와 양육이 쌓여 초대교회의 기초가 되었습니다. 성취는 박수를 받기 위한 강점이 아닙니다. 맡겨진 사명을 끝까지 이어 가게 하는 힘입니다. 하나님은 바울을 통해 위대한 업적만 남기신 것이 아니라, 끝까지 충성하는 삶이 무엇인지를 보여 주셨습니다.
오늘도 해야 할 일을 묵묵히 감당하고 있습니까? 당신은 하루를 헛되이 보내는 것이 가장 힘든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쉬는 날에도 마음이 편하지 않고, 무언가를 이루지 못하면 스스로를 책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억하십시오. 하나님은 당신이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지보다, 누구와 함께 그 길을 걸었는지를 더 중요하게 여기십니다. 계속 달리는 것만이 충성이 아닙니다. 멈추는 것도 순종이고, 기다리는 것도 믿음이며, 내려놓는 것도 하나님께서 맡기신 일일 수 있습니다. 당신의 성취는 더 많은 일을 하기 위한 능력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맡기신 사명을 끝까지 감당하도록 주신 선물입니다.
그러므로 오늘도 성실하게 걸어가십시오. 그러나 그 걸음의 힘이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 그때 성취는 단순한 성실함을 넘어, 하나님 나라를 세우는 충성으로 열매 맺게 될 것입니다.